[박규홍 칼럼] 맞을 각오로 쓰는 고언(苦言), ‘김영란 법’ 강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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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작성일
2016-05-15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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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홍 칼럼] 맞을 각오로 쓰는 고언(苦言), ‘김영란 법’ 강행하라



김정원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6.05.14 19:58:53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박규홍 교수


 

지난 5월9일에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소위 ‘김영란 법’으로 더 잘 알려진 이 법률은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 등이 직무와 관련 있는 사람들로부터 3만원이 넘는 식사를 대접 받으면 대가성이 없더라도 처벌 받게 된다는 내용과 선물의 상한액은 5만원, 경조사비의 한도는 10만원으로 정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시행령은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거친 뒤 8월에 제정이 완료되면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19대 국회에서 통과된 이 법은 대가성이 없더라도 직무와 관련 있는 자로부터 1회 100만원 이상, 연간 합계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형사 처벌받는다.

국민권익위가 시행령을 입법예고 한 이유는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는 제공되는 음식·선물·경조사비는 받을 수 있도록 한 뒤에 기준이 되는 금액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예외조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김영란 법 시행령이 입법예고 되자 지금 나라 안이 시끌벅적하다. 특히나 언론에서는 김영란 법 때문에 농어민의 시름이 커지고, 불경기에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식당업자들의 걱정이 많다고 한다. ‘구더기가 생길 것이니 장을 담그지 말라’는 요구와 다름이 없다.

25만원짜리 한우등심 2.9kg을 5만원에 맞춰보니 578g 한 덩어리가 돼 한우가 한숨을 쉬고, 24만 원짜리 굴비 10마리 한 세트를 5만원에 맞춰보니 굴비 2마리만 남아서 굴비가 비명을 지른다는 기사가 실렸다. 김영란 법을 반박하는 논리가 빈약하고 주장하는 논리의 비약이 심하다.

농어민 단체는 김영란 법이 농업의 현실을 외면한 것이므로 농축산물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영란 법이 시행되면 한우농가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고, 화훼농가와 꽃집 30~40%가 문을 닫을 것이며, 음식업계도 수익성이 나빠져서 구조조정에 들어가서 결국에는 내수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어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한다.
또 김영란 법이 시행되면 중국산만 살판나서 중국산 식자재가 큰 수혜를 볼 것이고, 선물용 화훼수요도 중국산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한다. 이해당사자들의 여론을 등에 업고 입법예고기간에 어떻게 하든 예외조항에 이익집단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런 기사를 접하면서 우리 사회의 뇌물성 선물 관행을 근절시키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김영란 법이 시행도 되기 전에 누더기 법이 되거나 있으나마나한 법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신문에서 예로 든 25만 원짜리 한우 등심이나 10마리에 24만원하는 굴비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언감생심의 물건이다. 서민들에겐 한 마리에 2만원이 넘는 굴비는 너무 사치스럽다. 그런 사치물품이 팔리지 않아 영광굴비가 타격을 받을 거라면서 예외조항을 만들라는 요구가 국민정서에 부합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영광굴비가 국민들이 좋아하는 전통수산물이 아니라 고가선물용으로만 팔기위한 것이라면 더더욱 고려할 필요가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뇌물성 선물을 하려는 사람들은 값싼 수입쇠고기 등심선물세트를 선물로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중국산 굴비세트로도 선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산 수산물이나 수입산 쇠고기가 한우나 영광굴비를 밀치고 선물용품으로 자리할 것이라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이참에 우리는 우리 사회의 선물 관행에 대하여 진지하게 반성을 해볼 필요가 있다. 선물 수요가 줄어들어 영광굴비 생산자가 어렵게 될 것이고, 한우 농가가 폐농할 것이고 화훼농가가 도산할 것이라는 주장이 옳은 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굴비든 한우든 난초화분이든, 생산 유통자들이 김영란 법 아래에서 건실하게 생존할 방안을 찾아야지 기존의 고가 선물수요에만 매달려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겠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자는 게다.

우리나라는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가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인 나라다. 김영란 법 시행으로 내수침체를 우려하는 주장은 부패지수 27위의 불명예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주장과 다름 아니다. 아픈 곳을 도려내는 고통을 참고 견뎌내야 건강을 찾을 수 있는 법이다.

김영란 법으로 선물 관행의 환경이 바뀌면 한우농가도 그에 맞춰 변화할 것이고, 굴비생산자들도 변화할 것이며, 꽃 재배농가도 변할 것이다. 회식이나 식당문화도 그렇게 변해갈 것이다.

그래서 맞을 각오를 하면서 필자가 주장하건데, 우리나라를 투명사회로 만들어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하기 위해서라도 김영란 법을 더 이상 누더기로 만들지 말고 그대로 시행을 강행하자고 우리 사회를 향하여 고언(苦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