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의 공사 공정표 작성... 실효성 논란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8-12-10 11:25
조회
34

설계자의 공사 공정표 작성... 실효성 논란






28640_18214_559.png
예정공정표 작성예
국토교통부가 공공건설공사의 적정 공기를 산정하겠다고 내놓은 '공공건설공사 공기 산정기준'을 놓고 업계에서는 실효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4일 행정예고를 통해서 "공공건설공사의 공사기간 산정기준"을 공개하고 5일에는 공청회를 개최했다.


국토부의 취지는 최근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공기지연에 따른 간접비 소송 등이 적정 공기에 대한 기준이 없어서 생긴 문제이기 때문에 적정공기를 산정하는 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취지는 주 52시간 근무 등 최근의 노동환경이나 기후환경 등의 변화도 고려해서 공기를 산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 현업 종사들은 공기산정 기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다.


△ 공기연장이 공기산정 오류때문인가?


우선 적정공기에 대한 정의다. 공청회 때 패널토론자도 이야기 했듯이 공기라는 것은 발주처의 의지에 따라서 정해질 수 있는 것인데 표준화된 기준을 통해서 산정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들이 있다.


즉 현재 공공건설공사의 공기는 대부분 발주처의 예산이나 준공목표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오히려 그것이 맞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의 공기연장에 의한 간접비 소송은 공기를 잘 못 산정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발주처가 예산이 부족하거나 민원발생 등의 문제로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공기연장에 의한 간접비 소송의 원인은 따로 있기 때문에 공기산정을 기준을 만든다고 해도 간접비 논란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 공기산정 방법 실효성 있나?


 공기 산정 방법도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토부가 공개한 공기산정기준에는 시설물의 물량을 기준으로 공정표를 짜는 방법과 시설물별로 통계자료를 이용한 공식을 이용해 공기를 산정하는 방법 등 두가지가 제시되어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물량을 고려해 공기를 산정하는 것은 결국 공정표를 짜는 것이고 이것이 설계단계에서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인지 조차도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공기는 장비투입이나 인원투입을 몇 조를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인데 어떻게 표준을 정하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각을 10개 만들어야 한다면 한개씩 만드는 것과 장비와 인원을 2개조로 투입해서 작업하면 공기는 절반으로 준다는 것이다.


△설계자 업무 맞나?


설계엔지니어들은 설계자가 공정표를 짜는 것도 문제라고 말한다. 공정표는 시공자가 본인의 장비나 인원을 어떻게 투입할 것이냐를 가지고 정하는 것이지 설계자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장여건에 따라서 어느 공종을 먼저할 것인지 등은 시공단계에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청회에서도 나온 의견이지만 설계단계에서 공정표를 작성하려면 설계비에 공정표 작성비를 얹어줘야 한다는 것이 설계엔지니어들의 주장이다.


본지가 공정관리 전문업체에 문의한 결과 도로공사 한개 공구의 공정표를 정확하게 작성하는데는 약 3천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설계사가 만든 공정표대로 시공하나?


설계단계에서 만든 공정표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산정기준 3조에는 "발주청은 설계자로 하여금 이 지침에 따라 공사기간을 산정하고 그 산출근거를 명시하도록 하여야 하며, 공사기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을 고려하여 발주청에 설계 성과품의 일부로 제출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되어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공사기간의 산출근거'는 결국 공정표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공정표를 작성해야 주공정(Critical Path)를 정하고 그 공정의 공기가 최종 공기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3조의 이 항은 공정표를 성과품으로 제출하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또한 산정기준 14조에는 "발주청은 공공 공사를 입찰할 때에는 공사기간 산정근거(준비기간, 작업일수, 작업일수 산정시 활용한 표준작업량 등 근거, 비작업일수 산정시 적용한 기상조건, 정리기간, 보정사유 및 기간)와 시공조건을 입찰서류인 현장설명서에 명시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조항은 산정근거(=공정표)를 공사입찰에 참여하는 시공사에게 제시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설계사가 작성한 공정표가 시공입찰에 그대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산정기준 15조에는 "발주청은 다음 각호의 사유가 계약기간 내에 발생한 경우 시공자로부터 수정공정표를 제출받아 계약기간의 연장을 검토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이 내용은 공기의 변동사항이 발생하면 설계사가 작성한 공정표를 수정한 '수정공정표'를 발주청에 제출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기준의 문구만을 보면 결국 설계자가 만든 공정표를 그대로 공사 입찰서류에 넣고, 공사 계약 이후에도 그 공정표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수정을 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 공사비에 연동되지 않는 공기


일부 언론은 이번에 발표된 공기산정 기준에 따라 공기를 산정하면 공사현장에서도 근로자들이 주 40시간을 지키면서 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업 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근로자들이 주 40시간을 일하면서 제대로 된 임금을 받으려면 현재보다 공사비가 늘어나야 하지만 공기산정과 공사비는 관계가 없다. 공사비는 현재 시장표준단가나 표준품셈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건설은 물량계약을 적용한다. 발주청도 물량으로 계약하고 원도급시공사와 하도급업체도 물량계약을 한다. 심지어는 하도급업체와 반장들 사이에서도 물량계약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 공사비중 자재비를 제외한 장비임대비와 작업자들의 인건비는 시간의 함수다. 하지만 국내 건설에서는 예가를 뽑을 때부터 물량만을 기준으로 공사비를 산정한다.


그래서 공기가 바뀌어도 공사비와 관계없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현장의 지배적 의견이다.


△공사기간 늘어나는 것이 유리한가?


공청회에서 발표 내용에도 나오듯이 발주처가 제시한 공기가 짧아서 공사중에 공기가 연장되어 간접비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기가 늘어나면 시공사는 간접비가 추가로 투입되기 때문에 비용이 증가한다. 최근에는 시공사가 발주처를 상대로 간접비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하도급업체는 원도급사가 간접비를 받아도 그 혜택이 없다. 실제로는 하도급사도 간접비가 증가하지만 아직까지 하도급사가 간접비를 보전받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공기연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공기를 길게 계획하자는 것이 이번 기준의 제정 취지다. 계획공기가 길어져도 공사비 산정기준이 변하지 않는한 현재와의 공사비 및 비용은 변화가 없다.


예를 들어 기존에 5년으로 발주된 공사가 10년동안 시공했다면 5년의 공기가 연장된 것이다. 하지만 같은 공사를 처음부터 10년으로 발주하면 공기연장은 없다. 공사비 예가가 같다면 수주금액도 같고 비용도 똑같이 발생한다. 오히려 10년으로 발주되는 경우 간접비 소송을 통해 추가 비용을 받아낼 기회가 없어진다.


△공기문제는 발주처와 시공사의 문제


업계에서는 공기문제는 발주자와 시공자 사이의 계약관련 문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기는 발주처의 목적에 따라서 조정될 수 있어야 하고 변경시에는 발주처와 시공사간에 합리적인 협의를 통해 변경이 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보스포러스 해협을 횡단하는 제3보스포러스 교량은 27개월로 발주되었다. 시공자는 그 공기를 맞추기 위해서 각종 아이디어를 내고 그에 맞게 공사비를 산정한다.


즉, 시공자가 발주자가 제시한 조건을 고려하여 공사비를 산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부 공정표까지 발주처가 제시하게 된다면 현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줄어들고 시공자는 시공에 대한 아이디어를 낼 필요가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시공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한편 공기산정기준은 2019년 3월 이후에 설계 발주되는 사업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기술인 신문 / 이석종 ( dolljong@gmail.com )


<저작권자 © 기술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