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두바이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0-10-14 08:05
조회
239


몇 년간 세계의 뭉칫돈이 몰려들었던 두바이는 달랐다. 두바이 신화는 어느새 잊혀지고 있다. 과감한 개혁·개방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의 금융, 무역, 교통, 물류와 관광의 허브를 지향하면서 성장을 거듭하던 두바이 경제는 치명타를 맞았다. 특히 두바이 정부 산하 최대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가 총 590억 달러 규모의 채무상환 지급유예를 선언했다. 두바이 소재 부동산 가격은 현재 2008년 고점 대비 60% 수준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외자 유입 중단으로 두바이 정부는 1997년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을 때와 비슷하게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그런 덕에 얼마 전 두바이 정부는 채권단의 99%로부터 채무 재조정 동의를 얻어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래도 두바이의 부동산 투자자는 당분간 고통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조정은 기업의 임대비용 감소로 이어져 두바이가 예전처럼 기업을 유치하고 경제가 더욱 빨리 회복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본다.두바이 신화가 집약된 두바이 공항은 비교적 건재하다. 2004년 2000만 명이었던 두바이 공항 이용자 수는 2007년 30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제 항공운송업계가 사상 유례 없는 불황을 겪으며 세계 유수 공항이 한 해 전 대비 마이너스 성장으로 어려움에 빠졌지만 두바이 공항은 2008년보다 9.1%나 성장했다. 이용객 수 4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세계에서 여섯째로 이용객이 많은 공항이 됐다. 이런 성장 뒤에는 지난해 국제항공운송협회의 국제선 RPK(유상여객킬로미터) 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국제선 항공사로 성장한 에미레이트항공이 큰 몫을 했다. 두바이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하며 두바이의 지정학적 이점을 최대한 살린 덕이었다.누군가 신은 공평하다고 했다.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여기던, 어느 누구도 식민지화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땅 아래에 지금 가장 무서운 경제 무기로 쓰이는 어마어마한 양의 원유가 묻혀 있을 줄이야. 물론 두바이에는 남의 얘기지만. 그러나 석유자원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두바이는 역설적으로 먼 훗날을 대비한 먹을거리를 찾아 개방과 개혁 정책으로 산유국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더불어 많은 사람이 한물간 모델로 치부하지만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처럼 체질 개선의 보약이 될 것으로 본다.비슷한 위기를 겪은 한국이 동북아를 넘어 세계의 중심으로 떠올랐듯 차근차근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두바이 경제도 예전 같은 다이내믹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 두바이를 기점으로 중동과 아프리카로 뻗어가는 우리나라 경제의 모습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중동의 석유 부국은 땅을 파 돈을 벌지만 우리는 그들의 머리와 마음을 움직여 부를 창출하지 않는가. 부지런하고 훌륭한 기업과 인재가 많은 나라여서 얼마나 좋은가.